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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30 터키 신화와 성서의 무대, 이슬람이 숨쉬는 땅. 이희철

 

 

 내가 터키에 갔었던 것은 2010년에서 2011년 넘어가던 때.

 처음에는 그 상황이 너무나 안정적으로 자유로웠던 시기라서 여행이 행복한 줄 알았는데 그후로부터 1년 뒤 그리스도 가보고 다른 여행을 많이 다녀보았지만, 내 심리 상태나 상황이 적절해서 행복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터키가 정말 좋은 곳이라 행복했었다.

 산토리니에서도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당시 술탄 아흐멧 광장에서 360도 돌아보며 "살아있어서 행복해!"를 마음껏 외쳤다. 블루모스크와 아야소피아 사이에서. I am lucky to see this.

  이후 지중해와 이슬람에 대한 끝없는 관심으로 여러 책들을 찾아 읽고 있다.

 

 

 

p. 76

 이스탄불은 아시아와 유럽의 양 대륙에 걸쳐있는 유일한 도시다. 유럽 쪽에서 볼때 이스탄불은 유럽의 남동쪽에 있다. 이스탄불을 아시아와 유럽으로 분리하는 것은 보스포러스 해협이고, 유럽 쪽의 이스탄불을 오스만 제국의 구도시와 갈라타 항구로 분리하는 것은 골든 혼이다.

 

- 역사 잘 모르는데.. 지리는 그나마 좀 안다쳐도. 암튼 중학교 때 동로마, 콘스탄티노플 등을 암기했던 기억이 난다. 이스탄불에 첫발을 디뎠을때 신기하게도 바로 고도의 느낌을 받았다. 몇 천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지형 때문인지 정말 터 한번 잘 잡았다고 생각되는 이스탄불. 아름답고, 중요하다.

 

 

p. 137~140

 아타튀르크 그는 누구인가? 그는 1910년대 말 오스만 제국의 힘이 급격히 약해져 서구 강대국으로부터 침략 위협을 받게 되자, 터키 민족주의를 표방하고 실지 회복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1923년 터키 공화국을 세웠다.

 ...그는 실로 엄청난 개혁을 단행하였다. 그의 개혁의 목표는 정체된 터키 사회를 이슬람 전통을 벗어난 서구화된 나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터키 사회에서 이슬람 색채를 덜어내기 위해 이슬람 최상의 지도자를 나타내는 칼리프 제도 폐지, 이슬람력 대신 서양력 도입, 여성 참정권 부여, 라틴 숫자 도입, 도량형 도입, 모든 국민의 성 사용법 도입, 금요일에서 일요일로 주간 공휴일 변경 등 작고 수많은 개혁을 이루었다. 이 같은 개혁 중에서 아타튀르크가 터키 국민을 위해 이룩한 가장 위대한 업적을 꼽으라면 당연히 문자 개혁이다.

 

- 초대 터키 대사관을 지낸 저자는 책 구석구석에 한국과 터키를 비교해두었는데, 아타튀르크는 종종 세종대왕으로 묘사된다. 아타튀르크도 독재를 했다고 적어놓았으나 단 한번도 박정희와 비교하지 않은 걸 보면 관료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독재정부를 싫어하는 듯.

 어쨌거나, 리라화에 인쇄된 아타튀르크의 얼굴을 보고 그게 사람 이름인줄 알던 나는.. 오히려 터키에 다녀와서 터키에 대한 공부를 더 많이 하는 중이고, 이제 아타튀르크가 '국부'라는 호칭인 정도는 안다. 아타튀르크는 세속주의 혹은 케말리즘을 추구한 자이다, 라고 쉽게 설명할 수는 있지만 사실상 열거된 일들을 한번에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가령 칼리프 제도 폐지만 해도 엄청난 반대에 부딛쳤을 일인데, 한술 더해 여성에게 참정권도 부여하다니. 그를 지지하는 범국민적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고, 실지로 찬성표를 얻었다해도 성공적으로 신체제를 정착시키는 일은 더욱더 어마어마 하다. 이슬람 국가라는 생각의 거의 들지 않을 정도로 자유분방한 터키의 모습은 무스타파 케말로부터 시작이니 나도 그에게 약간은 고마움을 느껴야겠다.

 

 

 

p. 150

 또한 군은 국가 위기 시에 국가가 안정을 되찾게 하고 권력에 과도한 욕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터키군은 세번에 걸친 군사 혁명으로 이를 보여주었다. 군사 혁명 자체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지만, 터키에서는 군사혁명이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터키의 군사 혁명이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며 중단이라는 평가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로 볼때 국가 안정을 위해 효과적이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군사 혁명이후 민정 이양이 빠르게 이루어진 것도 평가할만 하다.

 마지막으로 터키군이 건전하고 철저한 윤리 의식으로 정직하다는 것이다...공화국 수립 이래 터키군 내부에서는 전통적으로 비리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윤리의식이 건전하다는 것이다. 2002년 2월 터키 사회경제연구재단이 실시한 터키 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이 신임할 수 있는 기관으로 군부가 제1위를 차지하였는데, 이는 터키 국민이 군부를 가장 믿을 수 있는 기관으로 보는데 주저함이 없음을 의미한다. 이와는 반대로 정치인이 국민의 신임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 군부는 적절한 형태로 우려를 표명한다.

  세 번에 걸친 군사 혁명에도 불구하고 터키군이 국민으로부터 신망을 받고 있는 것은 터키가 처한 독특한 정치 및 국제 환경일 수도 있으나, 터키 국민은국가 위기 시에 군부에 의지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국정 혼란 시에 국민은 군부에게 기대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아타튀르크도 군 출신이여서 전반적으로 군대에 대한 신뢰감이 크다, 정도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터키 친구가 그들도 징병제라고 말해주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군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사랑하며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여긴다는게 부럽기까지 하다. 어찌 그 누구도 정치에 대해서 욕심부리지 않고 순순히 권력을 다시 민간으로 3번이나 넘겨줄 수 있다는 것인가! 권력의 정점에 섰던 이들 대부분이 그에 대한 욕심으로 추해지는 모습을 봐왔던 한국 국민으로서 저들의 문화가 신기할 따름이다.

 

 

 

p. 272

 한국인을 카르데쉬(형제)로 보게 된 것은 코레 가지씨의 한국에 대한 애정떄문이었다. 단순히 카르데쉬로 끝나지 않는다. 애정의 정도를 강하게 나타내고 싶을 때에는 칸카르데쉬(피로 맺은 형제)라고 부른다.

... 터키군은 한국전에 지상군 1개 여단을 파견하였다. 3개 보병 대대, 1개 105mm 곡사포 대대와 그 지원 부대 병령 략 5,000명으로 구성된 여단은 1950년 10월 19일 부산항에 도착하였다. 터키 제1여단은 미 제9단에 배속되어 대구-대전 간, 개성-문산-시변리 간의 후방 지역 경계 작전을 수행하다가 11월 하순부터 전방 지역 작전에 참가하였다. 이 여단은 1951년 11월에 제 2여단과 교대하였고, 제2여단은 1952년 8월에 제 3여단과 교대하였으므로 터키군의 한국전 참전 병력은 약 1만 5,000명에 이르렀다.

 

- 내가 터키가 '형제의 나라'인줄 처음 알게 되었던 것은 2002년 월드컵 3,4위 결정전에서이다. 그 전까지는 형제의 나라인 줄은 당연히 몰랐고, 터키는 터키탕의 나라인줄로만 알았다. 무식하기도 하지.. 그리고 다시 한 번 놀랐던 점은, 터키인들은 어릴적 학교에서부터 한국 파병에 대해서 자세히 배우고 비행기로 12시간이나 떨어져있지만 한국을 매우 가까운 나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고 고마워해야하는데 반대의 상황이 발생해버렸다. 빚을 졌다는 사실은 잊지 말고 배워야할 사실을 알고 넘어가자.

 

 

 

p. 287

 한국을 배우자고 선두에 서서 외치던 외잘 총리가 드디어 한국을 직접 방문하여 한국 경제를 들여다 볼 기회가 왔다. 외잘 총리가 대규모 기업인과 언론인을 이끌고 1986년 11월 4일부터 7일간 한국을 방문하였다. 그런데 한국 방문 후 외잘 총리의 한국형 모델에 관한 평가는 기대와는 달리 정말 의외였다... 외잘 총리의 방한 이후 터키에서는 더이상 한국형 모델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터키 언론은 상업화 및 수출입국을 달성하려는 한국형 모델은 독재정권이 가능한 나라에서만 가능하지, 터키와 같이 서구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음. 저자의 취향이 드러나는 부분. 산업화와 독재가 끈끈하게 유착되어있던 한국의 경우를 특수한 케이스라고 쳐도, 민주주의를 위해서 과감하게 한국형 모델(?)을 포기한 지성을 고급스럽게 칭찬하고 있다.

 

 

 

 터키에 관한 책 여러권 읽었는데 하나같이 다 재밌고 또 가고싶게 만든다. 음식도 좋았고 역사도 좋았고 풍경도 좋았고.. 안 좋았던 것들이 없어서 최고의 여행지인가보다. 나의 지중해 앓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