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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20180912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 p.32 도서관에 자주 갔다(도서관에 자주 가는 일도 '계집애' 같은 일이라고 놀림 받았으나). 그때 그곳에서 누구에게도 묻지 못했던 것을 물었고 듣지 못했던 것을 들었다. 지금도 기억하는 책 가운데 하나가 양귀자의 장편소설 이다. 소설의 내용보다 표제로 쓰인 폴 엘뤼아르의 문장을 그즈음 내 삶의 경구처럼 외고 다녔다. 그때 그 소설로 처음 '페미니즘'이라는 말을 알게 되었고, 찾아보게 되었고, 누가 알려주지도 않고 누가 권한 것도 아닌데 나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여겼다. '여자 같음'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미스 김이라는 별명을 차근차근 살펴보기 시작한 것도 그때였다. p.46 생각해보면 씁쓸한 일이다. 누나들에게 문화적 수혜를 입어 한번도 '남자답게' 길러진 적 없고, 부모님이 .. 더보기
20170513 채식주의자. 한강 맨부커 상으로 유명해진, 처음에 나는 별로 읽어볼 생각이 없었으나, 결국 선물받아서 읽게 된 '채식주의자'이다. 각각 다른 시점에서 하나의 주제를 설명하는 3연작이 모여서 한 권이 되었다. 이야기는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 불꽃으로 이어지는데 역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나무 불꽃에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폭력을 거부하고 자유롭게 살고자 했던 인간의 이야기. p. 26 그 꿈을 꾸기 전날 아침 난 얼어붙은 고기를 썰고 있었지. 당신이 화를 내며 재촉했어. 제기랄, 그렇게 꾸물대고 있을 거야? 알지, 당신이 서두를 때면 나는 정신을 못 차리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허둥대고, 그래서 오히려 일들이 뒤엉키지. 빨리, 더 빨리. 칼을 쥔 손이 바빠서 목덜미가 뜨거워졌어. - 연작 1편 '채식주의자'의 화자인 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