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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30 가족쇼크. EBS 미디어 기획 p.73 그나마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대부분 아이들의 마음을 읽기 위해 노력하던 부모가 자녀들의 학업 성취가 가시화되는 청소년기부터는 갑작스럽게 돌변한다. 예전에는 그 시기가 중학교 입학이었다면, 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거의 입시 전야 같은 분위기가 생긴다. 이때부터 아이와 부모 사이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다. p.87 엄마나 아빠로서만이 아니라 개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아이들이 잘하고 있을 때도,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을 때도 변함없이 응원해주는 사람이다. 불안과 불확실함은 아이들에게도 부모 자신에게도 모두 해당되는 삶의 속성이다. 그러므로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불안을 지금의 아이에게 투사하지 말고, 지금 바로 내 앞에 있는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는 것, 미래의 아이가 아니라 지금 .. 더보기
20180912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 p.32 도서관에 자주 갔다(도서관에 자주 가는 일도 '계집애' 같은 일이라고 놀림 받았으나). 그때 그곳에서 누구에게도 묻지 못했던 것을 물었고 듣지 못했던 것을 들었다. 지금도 기억하는 책 가운데 하나가 양귀자의 장편소설 이다. 소설의 내용보다 표제로 쓰인 폴 엘뤼아르의 문장을 그즈음 내 삶의 경구처럼 외고 다녔다. 그때 그 소설로 처음 '페미니즘'이라는 말을 알게 되었고, 찾아보게 되었고, 누가 알려주지도 않고 누가 권한 것도 아닌데 나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여겼다. '여자 같음'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미스 김이라는 별명을 차근차근 살펴보기 시작한 것도 그때였다. p.46 생각해보면 씁쓸한 일이다. 누나들에게 문화적 수혜를 입어 한번도 '남자답게' 길러진 적 없고, 부모님이 .. 더보기
20180715 고양이 요람. 커트 보니컷 p.27 아버지는 끈으로 고양이 요람을 만들고서 스스로 놀라셨던 모양입니다. 어쩌면 어린 시절이 떠올랐는지도 모릅니다. 갑자기 서재 밖으로 나와 전에 없던 행동을 하셨습니다. 저와 놀아주려고 하셨죠. 그전에는 저와 놀아주신 적이 한 번도 없을뿐더러 저에게 좀처럼 말도 걸지 않으셨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양탄자 위 제 옆에 무릎을 꿇고 앉으시더니 치아를 드러내보이며 제 얼굴에 대고 그 얽힌 끈을 흔드셨죠. "보여? 보여? 보여?" 아버지가 물으셨어요. "고양이 요람이야. 고양이 요람 보여? 귀여운 야옹이가 어디서 자고 있는지 보여? 야옹. 야옹." 아버지의 얼굴의 땀구멍이 달 표면의 분화구만큼이나 커 보였습니다. 아버지의 귀와 콧구멍은 털로 그득했죠. 시가 연기에 찌든 아버지에게서 지옥의 아가리 같은 냄새가.. 더보기
20180415 1.4킬로그램의 우주, 뇌. 정재승, 정용, 김대수 p. N/A 뇌와 움직임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으로 우렁쉥이가 있습니다. 로돌포 이나스의 라는 책을 보면 이 우렁쉥이는 출생 후 며칠간 올챙이를 닮은 모습을 하고 물속을 헤엄쳐 돌아 다닙니다. 뇌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원시 뇌에 해당하는 신경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돌아다니던 우렁쉥이 유생은 살 만한 곳을 찾으면 머리를 땅에 박고서 자라는데, 놀랍게도 그러고 나서는 자신의 신경절하고 근육조직을 다 소화시켜 버립니다. 이제 움직이지 않아도 되니 신경이나 근육이 더는 필요 없다는 이야기지요. 이 예를 보면 생물체가 뇌를 만든 이유가 움직임을 조절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반사(reflex)에 의한 반응만이 가능했습니다. 곤충이나 어류 등이 먹이 자극(냄새.. 더보기
20180305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때로 사람에게는 의학적으로 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기적이라는게 일어난다. 저자인 올리버 색스는 의사로서 설명할 수 없는 기적들을 모아서 에세이로 냈다. 그러면서 그는 장기들의 조합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에 접근하고 설명하고자 한다. p.52만약 기억의 대부분을 잃어버린다면, 그래서 자신의 과거를 잃어버리고 현재 자신이 의지할 곳을 잃어버린다면, 과연 그 사람에게는 어떤 삶(만약 그런게 있다면), 어떤 세계, 어떤 자아가 남게될 것인가? p.68 이런 환자의 경우 이렇다 할 처방전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 당신이 생각해낼 수 있는 좋은 치료법이 있다면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시도해보십시오. 그러나 그의 기억이 되살아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야합니다. 그렇더라도 인간은 기억만으로 이루어진 존재는.. 더보기
20180413 Absent in the Spring. Agatha Christie 애거사 크리스티가 본명을 숨기고 추리소설이 아닌 일반소설로 낸 책.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마지막 5% 정도에 약간의 (예상된) 서스펙트가 있다. 영어원서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는 술술 읽었다. p.35~39 'I hate office life. I hate it.' ... 'Oh I know, darling. It's been awfully stuffy and hard work and just sheer grind - not even interesting. But a partnership is different - I mean you'll have an interest in the whole thing.' ... And he said, very quickly and eagerly, the words pou.. 더보기
20180208 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두 가지의 큰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흘러간다. 첫번째는 아동 복지에 관한 것으로 애덤이라는 소년이 자기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는지 아닌지 판단하는 이야기이고, 두번째는 늦바람 난 남편과 소통의 벽을 실감하는 이야기이다. 첫번째 이야기의 비중이 훨씬 크고, 제목이 시사하듯 아동법에 대해서 작가가 가지고 있는 소신을 소설의 마지막즈음에 보여준다. 별 재미는 없었어서, 인상깊던 구절 몇개만 옮겨본다. p. 56 무엇보다 법정의 의무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원하는 삶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p. 157 "이것만 확인하자, 애덤. 너를 위한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 무엇인지, 최종 결정은 내가 내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거야. 내가 만일 병원 쪽에 네 의사와 상관없이 수혈을 허가하는 판견을 내린다면.. 더보기
20171015 한 걸음을 걸어도 나답게. 강수진 최근 강수진 단장의 모습에서는 발레리나로서의 삶을 졸업하고 이제 경영인(국립발레단 단장)으로서의 삶에 집중하는 느낌이 많이 든다. 다만 양쪽 모두에게 재능이 있기란 힘든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p. 13 10대 때는 그저 발레가 좋았다. 20대 때는 무조건 열심히 했다. 30대 때는 내가 뭘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춤을 췄다. 그리고 40대가 되고서야 비로소 무대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무대를 즐기게 되자 더 자유롭게 배역에 빠져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40대에 연기한 15살 줄리엣이 20대에 선보인 줄리엣보다 더 순진무구했다. 역할에 빠져들면 나이는 사라지고, 캐릭터만이 살아 춤춘다. p. 43 발레 거장의 확신에 찬 말에 부모님도 마침내 어린 딸의 유학을 허락하셨다. 뒤늦게 안 사실인.. 더보기
20170815 제2차 세계대전의 에이스들. 김진영 영화 덩케르크 감상 전 사전지식으로 보았던 책이다. 같은 저자의 2차 세계대전사를 무척이나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정주행하는 중이었는데, 같이 읽으면서 큰 도움이 되었다) 이번에도 주저없이 책을 고를 수 있었다. 덩케르크 내내 공중전이 교차하면서 스핏파이어와 Me109, 슈투카가 전투를 치르는 장면이 계속해서 나오는데, 책에서 읽은 내용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유용했다. 책의 내용 발췌보다는, 목차와 기타 유용했던 링크로 대체하고자 한다. 1. 독일 에리히 하르트만: 세계 최고의 격추왕 / 아돌프 갈란트: 창공의 신사 베르너 묄더스: 짧은 생애의 베테랑 / 한스 요하임 마르세요: 아프리카의 별 헤르만 그라프: 비운의 에이스 / 발터 노보트니: 비극적 최후의 천재 * 독일의 격추기록에 얽힌.. 더보기
20170513 채식주의자. 한강 맨부커 상으로 유명해진, 처음에 나는 별로 읽어볼 생각이 없었으나, 결국 선물받아서 읽게 된 '채식주의자'이다. 각각 다른 시점에서 하나의 주제를 설명하는 3연작이 모여서 한 권이 되었다. 이야기는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 불꽃으로 이어지는데 역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나무 불꽃에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폭력을 거부하고 자유롭게 살고자 했던 인간의 이야기. p. 26 그 꿈을 꾸기 전날 아침 난 얼어붙은 고기를 썰고 있었지. 당신이 화를 내며 재촉했어. 제기랄, 그렇게 꾸물대고 있을 거야? 알지, 당신이 서두를 때면 나는 정신을 못 차리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허둥대고, 그래서 오히려 일들이 뒤엉키지. 빨리, 더 빨리. 칼을 쥔 손이 바빠서 목덜미가 뜨거워졌어. - 연작 1편 '채식주의자'의 화자인 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