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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5 1.4킬로그램의 우주, 뇌. 정재승, 정용, 김대수



p. N/A

 뇌와 움직임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으로 우렁쉥이가 있습니다. 로돌포 이나스의 <꿈꾸는 기계의 진화>라는 책을 보면 이 우렁쉥이는 출생 후 며칠간 올챙이를 닮은 모습을 하고 물속을 헤엄쳐 돌아 다닙니다. 뇌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원시 뇌에 해당하는 신경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돌아다니던 우렁쉥이 유생은 살 만한 곳을 찾으면 머리를 땅에 박고서 자라는데, 놀랍게도 그러고 나서는 자신의 신경절하고 근육조직을 다 소화시켜 버립니다. 이제 움직이지 않아도 되니 신경이나 근육이 더는 필요 없다는 이야기지요. 이 예를 보면 생물체가 뇌를 만든 이유가 움직임을 조절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반사(reflex)에 의한 반응만이 가능했습니다. 곤충이나 어류 등이 먹이 자극(냄새나 맛)에 무조건적인 섭식 반응을 보이는 것이나 빛의 자극을 쫓는 주광성 행동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서는 정해진 대로만 반응하는 반사보다는 과거에 경험한 일을 기억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원래 움직임과 생명 유지에 필요한 기능을 담당하던 뇌에 기억을 관장하는 둘레 계통(변연계)이 생기고, 여기에 환경에 대한 정보와 과거 기억을 바탕으로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는 새겉질(신피질)이 덧씌워진 결과물이 우리 뇌인 것입니다.



p.30

 예전에는 간질이라고 불렸던 뇌전증은 이온 통로의 이상으로 신경 세포가 흥분을 너무 많이 해서 발생하는 병입니다. 한편 축삭돌기의 이상으로 세포체에서 말단까지 정보전달이 잘 안 될 때는 말잊비에 손상이 생기는 다발 경화증(multiple sclerosis), 미세소관이 손상되는 알츠하이머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파킨슨병은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이, 우울 장애는 또다른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이 줄어든 탓에 발병하게 됩니다. 이러한 질환들을 치료하는 데에는 해당 신경 전달 물질의 양을 높여 주는 약물들이 사용욉니다. 예를 들어 도파민은 뇌에서 합성되며 혈관을 통해서 뇌로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그 전 단계에 해당하는 물질, 즉 전구체를 약으로 투여합니다.







 


p.53

 다음 페이지에 등장하는 그림이 대뇌 겉질이 관장하는 인체 부위를 나타낸 감각-운동 호문쿨루스라는 지도입니다. 뇌의 각 부위는 저마다 자신의 맡은 몸의 영역을 지배하거나 그로부터 감각을 받습니다. 즉 1차 영역이 몸에 일대일 대응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손가락을 닫망하는 뇌의 영역이 망가지면 손가락에 힘이 빠지거나 끝이 저린 감각 이상이 생깁니다. 그런데 그림을 잘 들여다보면 조금 의아한 구석이 있으실 겁니다. 대뇌 겉질에서 각각이 관장하는 인체 부위에 따라, 그 면적 그대로 인체를 재구성하면 결코 우리와 같은 인간의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몸통은 작고 신체 말단이나 입 부위가 아주 큰, 마치 난쟁이 같은 요상한 모습을 띠게 된다는 것이지요...우리 몸에서 가장 예민한 부위들이 어디일까요? 바로 손끝 같은 말단 부위와 입술 등입니다. 예민하다는 것은 그 부위에 가해지는 자극을 세밀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뜻으로, 그만큼 뇌 영역을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p.104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환자는 뇌세포가 많이 죽은 탓에 정상인과 비교해서 쪼글쪼글하게 뇌가 줄어들어 있습니다...기억 장애가 제일 먼저 진행되는 이유는 병리 현상이 시작되는 부위가 해마를 중심으로 한 기억력을 담당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ㅈ병이 진행되어 중기가 되면 앞서 소개한 베르니케 영역 같은 언어 관련 영역, 시공간 기능을 담당하는 마루엽에 침범하며 길 찾기 장애나 언어 장애가 생기고 말기가 되면 이마엽을 침범하면서 의사 소통 장애, 판단력 장애와 이상 행동들이 나타납니다. 의사들은 거꾸로 환자의 증상을 가지고 뇌의 어느 부위가 침범되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p.150~158

 그런데 매일 점심을 해결하는 구내식당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일주일 단위로 반복되는 식단 안에서 늘 세가지 음식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목표 지향 체계는 더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처음 식당에 갔을 때에는 작동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선택에서 뇌는 최고의 보상을 얻기 위해 그다지 노력하지 않게 됩니다. 오히려 예전에 내렸던 결정을 유지하여 인지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면서, 자신의 힘을 그 시간에 다른 곳에 쓰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으레 먹던 음식을 계속 선택하는 경향이 생기지요. 그것을 우리는 '습관'이라고 부릅니다.

 즉 과거에 한번 그렇게 했을 때 어느 정도 좋은 보상을 얻으면, 그 다음부터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예상했던 수준의 보상을 기대하며 그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패턴을 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세상에는 많은 식당이 있고 노력을 쏟을수록 더 좋은 식당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우리는 늘 가던 식당에 가서 늘 먹던 음식을 먹습니다. 메뉴판의 모든 음식에 도전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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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의 뇌 무게는 1.2에서 1.4킬로그램 사이입니다. 성인 남성의 몸무게를 70 킬로그램이라고 가정했을 때 몸무게의 겨우 2퍼센트의 해당하지만, 이 작은 뇌는 우리가 섭취하는 에너지의 20퍼센트 이상을 사용합니다. 그만큼 뇌를 쓰는 일, 생각하는 일은 에너지를 많이 쓰는 활동입니다. 우리는 이런 사고 에너지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마치 힘들게 걷는 시간을 되도록 줄이며 출근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습관은 이런 노력의 산물입니다. 매 순간 애써 탐색하지 않고 과거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함으로써 선택의 순간에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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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일상에서 80퍼센트, 혹은 90퍼센트 정도의 선택은 기존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도 됩니다. 사실 그편이 현명합니다. 매번 실패를 무릅쓰고 모험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조직의 역사가 깊고 위기를 잘 극복한 경험이 많을수록, 그 노하우를 향후에 적용하는 것이 조직의 저력이 됩니다. 조직이 80퍼센트나 90 퍼센트의 자산을 지식 답습에 사용하는 것은 이런 면에서 납득이 가는 행동입니다.

 하지만 조직은 동시에 20퍼센트, 혹은 10퍼센트의 자산만이라도 지금껏 시도하지 않은 것에 도전하는 탐색에 투자해야 합니다. 과거의 지식이나 경험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니까요. 상황이 바뀌었을 수도 있고 예전에는 통하지 않던 방식이 지금은 통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 지식을 활용하는 습관화에 너무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걸 한번 해 보는 겁니다.

...

 그래서 일상에서 답습과 탐색 사이에 적당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일의 식사를 고르는 선택에는 에너지를 적게 쓰는 답습 전략을 취하더라도, 직장에서 하는 일에는 남들이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 탐색 전략을 취해 보는 것이지요. 그럼 답습과 탐색이 주는 기쁨을 모두 누릴 수 있습니다... 어차피 우리의 인지적 자원은 제한돼 있어서, 더 관심 있고 재미있고 중요한 일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습관으로 일관된 삶과 매번 탐색에만 몰두하는 삶은 모두 불안정합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은 그 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이 잡힌 삶입니다.


 


p.201

 대학교에 합격했을 때를 한번 떠올려 보십시오.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았을 겁니다. 대학교는 우리에게 보상일까요? 진정 보상이라면, 입학식 때 매우 행복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작 입학식날 학생들의 얼굴을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부터 고생 시작이라며 죽을상을 하고 있습니다. 보상은 대학교가 아니라(대학교에 갈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기는) 합격이라는 사건, 대학교에서 근사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리라는 상상이었던 것입니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학교도 막상 들어가면 그다지 즐겁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공부를 안 햇는데 시험 점수가 잘 나와야 기쁘지, 열심히 해서 잘 보면 덜 기쁩니다. 도리어 열심히 했는데 못 보면 실망과 고통만 2배가 되지요. '인간은 경제적 이익을 최대화하려고 노력하지만 정작 효용은 경제적 이익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기대감에서 온다'는 사실을 미시 경제학이 어서 이해하고, 경제학 방정식 안에 이 항목을 넣어 주길 기대합니다.


 


p.254

r*b>c

 여기서 r은 유전적 연관도, b는 이득, c는 손실입니다. 유전적 연관도란 말 그대로 유전적으로 얼마나 연관되어 있는지 나타내는 것이빈다.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을 확률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나'는 나와 유전적 연관도가 1입니다... 위의 공식을 보면, 내가 어떤 이타적 행동을 했을 때 얻게 되는 이득에 유전적 연관도를 곱한 값이 그로 인한 손실을 초과한다면 이타적 행동이 나타남을 알 수 있습니다.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을 확률이 낮을 수록 이타적 행동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손실을 크게 초과하는 이득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조금은 슬픈 사실이 이 공식에서 도출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을 비롯한 자연계 모든 동물들의 행동이 반드시 이 공식에 들어맞는 것은 아닙니다. 유전적 연관도가 거의 없을지라도, 이타적 행동의 대가가 심지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는 것일지라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남을 돕는 사람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