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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30 소수의견. 손아람 트위터에서인가 손아람 작가가 쓴 글귀를 보고 맘에 들었었고, 예전에 정치카페에 나와서 인터뷰할때 젊은 작가 중에서 이정도로 시대의식을 가진 작가가 있을까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고른 책이지만, 사실 소설 자체로 읽기에는 다소.. 딱딱하고 일단 '재미'가 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지적한 시대정신과 문제의식이 마음에 들어서 몇 문단 옮겨놓고자 한다. p. 84 "그럼 넌 국가소송이 끝나기 전에 굶어죽어. 이기지도 못할 재판과 정의에 대한 알량한 환상 때문에. 넌 평범한 민사소송을 해본 전력도 없잖아." 나도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해봤다. 계속 고민하고 있다. 삶의 국면마다 비슷한 질문들이 있었다. 법대를 졸업하는 날부터,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사법연수원을 졸업하고 국선변호인이 된 지금까지.. 더보기
20151101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 한창 빨간책방에 빠져있을 때, 빨간 책방을 듣기 위해서 샀던 책. 근데 생각보다 별로 재미는 없었고 반년도 넘게 지나서 이제 나는 빨간책방을 안듣게 된지가 오래이다. 빨간책방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다가 사그러들게 된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지만, 어쨌든 이 책을 읽었던 때를 떠올려 보면서 기억에 남았던 구절을 몇 개 뽑아 본다. p. 44 "여기 있게 되면서부터 왠지 모르지만 내가 이 광산에서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나는 그 말에 말문이 막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지만, 나는 갑자기 식은땀에 흠뻑 젖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부터 나는 여기서 죽으리라는 그의 두려움에 전염되고 말았다. - 고작 10대인데, 재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앞으로 몇 년이나 시골에서 썩게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더보기
20150822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엘리자베스 길버트 예전에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이혼녀가 3개국을 돌아다니다가 마지막 나라인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다시 사랑하며(하비에르 바르뎀!)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는 내용이었다. 원작을 읽어봤더니 그래도 역시 영화보다는 책이 나았고, 작가의 또다른 책을 읽어보고도 싶게 만들었다. 작가(책에서도 실제에서도 작가이다)가 실제 겪은 이혼과 여행을 책으로 내었다. 이혼의 시작이 책 서두에 생각보다는 짧게 나오는데, 결혼은 했으나 그 다음 단계인 아이를 가지고 싶지는 않았고 그 과정에서 남편과 싸우며 인간의 바닥을 보게 되어서 모든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택한다. 상처를 너무나 많이 받았기 때문에 명상과 기도로 신을 만나기를 갈구하는 이야기가 가장 긴 파트라고 생각된다. 영화에서는 (내 기억에.. 더보기
20150301 공항에서 일주일을. 알랭 드 보통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왠만하면 다 읽자고 생각하고 있어서 이번에도 이 책을 집어들었다. 예전에 읽었던 김연수의 를 떠올리면서 시작했는데, 다른 얘기였더라는.. 그야말로 작가가 일주일동안 공항 안에서 살면서 겪었던 단상들을 특유의 감성으로 얇은 책 속에 에세이 형식으로 적었는데, 나의 기억을 위해서 몇 구절 옮겨 놓고자 한다. p. 45 출발 라운지의 거대한 공간은 현대 세계 운송의 중심답게 신중하게 사람들을 관찰할 기회, 타자의 바다에서 자신을 잊을 기회, 눈과 귀가 제공하는 무한한 이야기의 단편들을 바탕으로 상상을 펼칠 기회를 예고했다. 공항 천장의 튼튼한 강철 버팀대들을 보면, 19세기 커다란 기차역의 비계를 떠올리며 경외감을 맛보게 된다. 모네의 과 같은 그림에 나타나는 그 경외감은 이런 강철 팔다.. 더보기
20150415 28. 정유정 사실 작가의 전작인 을 다이버로서 독자로서 재밌게 읽어서, 이번 작품도 기대를 많이 하고 집었다(비록 연수 과제이긴 했지만...) 근데 너무나 실망스럽고 서사의 끝이 뻔하고 주려는 메시지도 크게 와닿지를 않아서 리뷰를 길게 쓰지는 않겠다. 나중에 내가 이런 책을 읽었구나 정도만 기억하고 싶다. 실망스러운 점들을 먼저 적어보자면 - 이 소설에서는 사랑을 시작하는 두 커플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너무나 작위적이고 우연함에 기반해있다. 갑자기 사랑에 빠지고 갑자기 신파가 된다. 작가의 서술 능력이 뛰어나 그들이 사랑에 빠지는 장면을 개연성 충분하게 설명했다면 좀 달라졌을까? 아니다. 나는 이 스토리 플롯 자체가 가지는 태생적인 한계라고 생각한다. - 얼마전에 의 초입 부분을 다시 봤는데 소설과 영화가 다른 장르.. 더보기
20150329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읽으려고 노력해야 읽을 수 있는게 소설인 듯. 그래서 회사 연수에서 책 2권을 신청하여 먼저 얇은 책부터 읽었다. 최근에 살인과 관련된 웹툰(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 웹툰창작실습...)을 계속 읽어서 그런지, 워낙에 살인이라는 소재가 쉽게 여기저기서 다루어져서 그런지 제목만 보고 살짝 흥미가 당겼던 게 사실이다. 서평에는 쉽게 읽히기를 열심히 의도한 책으로 평가했는데, 실제로 너무 쉽게 읽었는데다 크게 재밌지 않아서 굳이 원문을 일일히 옮겨놓으면서 리뷰하지는 않겠다. (마지막 반야심경만 옮겨놨음) 소설을 읽다가 꽂혀서 엔하위키 미러에서 연쇄살인범 항목을 다 읽었더니 그게 훨씬 흥미롭고 생각할만한 거리를 던져주었다는 후일담.... 엔하위키 존경합니다. 어쨌거나, 내가 살인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은 인.. 더보기
20150303 밤으로의 긴 여로. 유진 오닐 자전적 희곡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 자체를 살펴보기에 앞서, 유진 오닐의 삶에 대한 간략한 서술이다. 호텔에서 태어나 호텔에서 죽은 극작가로, 불우한 가정사를 그대로 작품에 옮겨왔다고 보면 되겠다. 아내 칼로타는 오닐이 이 작품을 쓰는 동안 "들어갈 때 보다 십년은 늙은 듯한 수척한 모습으로, 때로는 울어서 눈이 빨갛게 부은 채로" 작업실에서 나오곤 했다고 술회했다. 나는 이 작품을 죄에 묶였던 가족들을 용서하고 용서받고자 쓴 속죄의 희곡으로 풀어보려 한다. 이 희곡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4명의 가족간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죄를 지어온 과거를 보여준다. 아버지 제임스 티론은 메리와 결혼 후 유랑 배우로서의 여정에서 인생동안 메리를 외롭게 했고, 셋째인 에드먼드를 낳았을 때는 싼값의 돌팔이 의사를 데려와 결.. 더보기
20141119 철학의 위안. 알랭 드 보통 알랭 드 보통이 쓴 책은 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긴 긴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이번 책의 제목은 인데 원제가 The consolations of philosophy인걸 보니 불안한 존재들(인기 없는 존재, 가난한 존재, 좌절한 존재, 부적절한 존재, 상심한 존재, 어려움에 처한 존재)이라는 설명은 한국에서 번역하면서 붙인듯 하다. 아마도 전작 으로 위안을 얻은 존재들에게 한번더 위로를 주고 싶은 번역자의 의도를 반영한게 아닐까... 쨌든, 각 항목에 해당되는 철학자들은 다음과 같다. 1. 인기없는 존재 - 소크라테스 2. 가난한 존재 - 에피쿠로스 3. 좌절한 존재 - 세네카 4. 부적절한 존재 - 몽테뉴 5. 상심한 존재 - 쇼펜하우어 6. 어려움에 처한 존재 - 니체 각 철학자들의 삶과 책을.. 더보기
20141030 유리 동물원. 테네시 윌리엄스 미국 희곡 수업에서 처음 접했던 작품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였고, 그때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유리동물원이라는 작품이 나중에 무대에 오르면 꼭 봐야 겠다고 마음 먹었던 일이 5년 전. 올여름, 명동예술극장에서 유리동물원을 무대에 올려 연극으로 먼저 감상했고 후기 이벤트 당첨!으로 책을 받아 읽게 되었다. 가족사에 일그러진 자아나 가족 사이에서 묘하게 흐르는 긴장감 같은 걸 좋아해서 무척이나 즐겁게(?) 읽었다. 일단 연극을 본 소감부터 먼저 적자면, 명동 예술극장의 무대와 장치는 정말 수준이 높았고 극에서 특히나 좋았던 건 오직 첼로 한 대로만 모든 음악을 대신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인물들의 감정이나 극의 전환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도 공감되게 잘 표현되었다. 분노하는 톰의 심리상태나 댄스홀을 바라보며 .. 더보기
20140717 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딱 두 개의 키워드이다. 암실과 우연. 저마다 그런 섬 하나 씩을 가슴에 지니고 사는 것처럼 저마다의 암실이 있는 사람들이 우연히 만나 그림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조금 더 서평에 가까운 형식으로 정리해보려 한다. 1990년대 DSRL이 없던 시절에는 필름마다 인화지마다 각각 다른 느낌의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사진사의 개성이 진하게 느껴지고 누가 보더라도 편집 의도를 알아채기 쉬운 선명한 사진들의 시대를 '빅 픽처'는 무대로 하고 있다. 월 스트리트의 상속재산 전문 변호사로 살아가는 벤은 아내의 알 수 없는 냉담함에 하루하루 지쳐간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지만 인정하기 싫은 이유가 있다. 아내는 능력있는 어머니가 자식 때문에 자기인생을 포기하고 주부로 살아가게 된 인생을 끔찍하게도 무서워하고 그 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