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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9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읽으려고 노력해야 읽을 수 있는게 소설인 듯. 그래서 회사 연수에서 책 2권을 신청하여 먼저 얇은 책부터 읽었다. 최근에 살인과 관련된 웹툰(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 웹툰창작실습...)을 계속 읽어서 그런지, 워낙에 살인이라는 소재가 쉽게 여기저기서 다루어져서 그런지 제목만 보고 살짝 흥미가 당겼던 게 사실이다. 서평에는 쉽게 읽히기를 열심히 의도한 책으로 평가했는데, 실제로 너무 쉽게 읽었는데다 크게 재밌지 않아서 굳이 원문을 일일히 옮겨놓으면서 리뷰하지는 않겠다. (마지막 반야심경만 옮겨놨음)


 소설을 읽다가 꽂혀서 엔하위키 미러에서 연쇄살인범 항목을 다 읽었더니 그게 훨씬 흥미롭고 생각할만한 거리를 던져주었다는 후일담.... 엔하위키 존경합니다. 어쨌거나, 내가 살인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은 인간으로써의 어떠한 선을 넘은 자들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초월적이고 우월한 존재-_-를 논하는 것이 아니고, 경험의 여러 영역 중 사회통념상 하지 말아야할 짓을 해버린 인간이라는 점이다. 그건 살인의 의도가 있었든 없었든, 살인을 즐겁게 했든 괴롭게 했든 같은 영역에 속한다. 지금 이 대목을 쓰면서 생각이 났는데 예전에 봤던 영화 '화차'나 '색계'에서 살인자들은 살인의 과정이 너무 괴로워서 울면서 하지만 끝내 자신의 의지로 살인을 마친다. 괴롭든 의도했든 얼마나 걸리든 일단 살인이라는 선을 한번 넘으면 크게 의미 없는 걸로 생각이 된다.


 흥미로운 점은 결국 '왜'인지는 비살인자 입장에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치정, 금전, 쾌락, 증오 등 여러가지 이유를 갖다대고 살인의 과정을 되짚어 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선을 넘지 않았으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세상에는 비체험적 경험이라는 좋은 도구가 있지만 살인에 대해서는 상상이 잘 안 된다. 살인이란 살인자에게는 윤리적 도덕적으로 정해져있는 어떤 선을 침범하는 행위이고, 피해자에게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양면으로 비가역적인 일이기에 다른 일에 비해 더욱 신중해 지는듯. 그마저도 空이 되버리면 아무 상관 없다는 것 같지만...


"그러므로 공 가운데는 물질도 없고 느낌과 생각과 의지작용과 의식도 없으며...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없어짐과 괴로움을 없애는 길도 없으며, 지혜도 없고 얻음도 없느니라."

"공 속으로 미풍이 불어온다. 나는 거기에서 한없이 헤엄을 친다. 아무리 헤엄을 쳐도 이곳을 벗어날 수가 없다. 소리도 진동도 없는 이 세계가 점점 작아진다. 한없이 작아진다. 그리하여 하나의 점이 된다. 우주의 먼지가 된다. 아니, 그것조차 사라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관통하는 반야심경의 구절. 잊자, 사라지자, 없어져 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