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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1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아주 예전부터 읽고싶었던 이야기가 마침 알라딘 중고서점에 꽂혀있던 우연이 겹쳐서 드디어 읽을 수 있었다. 프롤로그를 안 읽고 봤어도 이것이 고갱을 모델로 한 이야기라는걸 쉽게 눈치챌 수 있었고 고갱을 신격화하는 정도의 서술에 생각보다는 크게 감명받지 못했다. 

 

 정리하려고 책을 찾아보니 그새 엿바꿔먹었는지 책을 못찾겠다. 내용은 줄거리 정도만 적고 내가 좋아하는 고갱의 그림들 몇 개 첨부하며 정리해야겠다.

 

 

 

 시작은 스트릭랜드라는 아주 불쾌하고 무뚝뚝한 사내로부터 시작된다. 스트릭랜드 부인이 갑자기 화자를 찾아와서 우리 남편이 맘이 변했네, 자네가 가서 좀 찾아와주게 난리를 친다. 화자와 별로 친하지도 않고 그저 몇 번 지나가며 본 사이인데 어쨌거나 화자는 스트릭랜드를 찾으러 바다 건너 유럽 대륙까지 가는 것이다. 증권사에서 브로커리지 업무를 담당하고 두 아이의 아빠였던 착실한 인간인 스트릭랜드는 그 사이에 아주 예술혼이 넘치는 보헤미안 = 부랑자같은 사람이 되어 있다. 타오르는 예술혼을 이기지 못하고 이혼이든 뭐든 다 감당하겠다면서 그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신기한 점은, 그림에 대한 기본도 배우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천재의 영감을 발휘해서 예술혼이 넘치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술을 얻어 마시기 위해 조금씩 얘기를 할 뿐이며 너따위는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오만한 태도를 시종일관 보여준다. (부디 고갱이 이처럼 오만방자한 인간이 아니었길 바란다)

 

 기행에 재미를 더해주는 긴 에피소드(?)가 있다. 괴팍한 스트릭랜드를 후원해주던 스트뢰브라는 땅딸막한 남성이 있었는데, 스트릭랜드가 병이나서 집으로 모셔와 간호해주던 기간 동안 그의 아내인 블랑쉬와 눈이 맞는다. 그런데 이 스트릭랜드라는 작자가 여자를 대하는 태도와 블랑쉬가 스트릭랜드에 목숨을 거는 모습도 참 가관이다. 스트릭랜드는 여자를 싸그리 무시하고 누드화의 모델 정도로 대하는데 블랑쉬는 스트릭랜드를 자기 손아귀에 넣지 못해 안달복달인거다. 스트릭랜드(a.k.a 개놈)는 블랑쉬를 바람처럼 떠나겠다고 선언하고 짐을 챙겨 나오고 블랑쉬는 자살을 기도한 끝에 결국 죽음에 이른다. 스트뢰브는 여기서 스트릭랜드를 절단냈어야 하는데, 그의 예술혼에 다시끔 감동받아 본인의 원래 직업이던 화가를 포기하고 낙향해서 살기로 결심한다. 스트릭랜드는 참 여러 사람을 망치고 있다.

 

 그리고 스트릭랜드는 결국 타히티로 간다. 돈도 없고 알아봐주는 이도 없지만 순전히 본인이 원했기 때문에. 강렬한 태양빛에 매료된 그는 산속에 들어가서 몇 달씩 그림을 그리다 거지꼴이 되어 나오기 일쑤였고, 여관방 아주머니의 제안으로 현지 여자와 결혼해서 살게된다. 행복도 잠시, 그는 풍토병에 걸리게 되고 곧 눈이 멀어 이젤에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어 온 집안 벽에 어마무시한 그림들을 그려 놓고 세상을 뜨게 된다. 스트릭랜드의 예술혼을 뒤늦게 알아본 그림쟁이들이 타히티 섬으로 들어와 그의 모든 것을 사재끼는건 이후의 이야기이다.

 

 

 

 대충 정리하면 이런 스토리인데.. 일단 결말이 매우 유치하다는 점과 예술가니까 괴팍해도 또라이같은 짓을 해도 다 멋지고 이해할수있어! 라는 태도가 소설 전반에 흐르는것같아 불쾌했다. 물론 백인 남성이라면 거지라도 환영해서 결혼할 수 있다는 타히티 현지 여성에 대한 설명이나 블랑쉬를 대하는 스트릭랜드의 태도나 다 시대를 감안하면 '있음직한' 이야기이지만, 내 취향에는 영 안 맞는다. 애초부터 증권 중개인을 그만두고 그림을 그리러 나온 이유부터가 개연성이 떨어진다.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잘 나가던 금융맨, 꿈을 쫓다" 뭐 이런식의 카피때문이었는데 카피에 속았던 점을 명백하게 인정하는 바이다.

 

 

 

책의 표지이자 폴 고갱의 초상화. 뒤에 같이 그린 예수가 인상적이다.

 

 

언제 결혼하니

 

질투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