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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2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엘리자베스 길버트

 

 예전에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이혼녀가 3개국을 돌아다니다가 마지막 나라인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다시 사랑하며(하비에르 바르뎀!)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는 내용이었다. 원작을 읽어봤더니 그래도 역시 영화보다는 책이 나았고, 작가의 또다른 책을 읽어보고도 싶게 만들었다.

 

 작가(책에서도 실제에서도 작가이다)가 실제 겪은 이혼과 여행을 책으로 내었다. 이혼의 시작이 책 서두에 생각보다는 짧게 나오는데, 결혼은 했으나 그 다음 단계인 아이를 가지고 싶지는 않았고 그 과정에서 남편과 싸우며 인간의 바닥을 보게 되어서 모든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택한다. 상처를 너무나 많이 받았기 때문에 명상과 기도로 신을 만나기를 갈구하는 이야기가 가장 긴 파트라고 생각된다.

 

 영화에서는 (내 기억에) 하비에르 바르뎀을 만나 처음에는 맘을 열지 않아 남자가 간곡하게 자기를 사랑해달라고 하는 장면이 사실 제일 기억에 남는다. 매우 섹시했으므로.. 결론은 남자와의 관계를 열어둔 채로 미국에 돌아가고 자기의 삶을 결정하는 걸로 난다. 

 

 내가 결혼도 하고 이혼도 한다면 비슷한 생각이 들었겠지 싶은 부분만 남긴다. 그에대한 코멘트는 없음.

 

p. 32

 

 그 목소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침대로 돌아가, 리즈.

 나는 숨을 내쉬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라는 사실이 돌연 분명해졌다. 그 외의 다른 어떤 대답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넌 네 남편과 이혼해야만 해! 라든가, 네 남편과 절대 이혼해선 안 돼! 라고 말하는 목소리였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진정한 지혜가아니기 때문이다. 지정한 지혜란 바로 그 순간에 유일하게 가능한 해답만을 주며 그날 밤, 유일하게 가능한 해답은 침대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p. 171

 

 오늘 밤 지난 수년간 날 야금야금 갉아먹던 우울증에서 자유로워진 것을 너무도 감사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 우울증은 내 영혼에 작은 구멍들을 사정없이 뚫어놓아 한 때는 이런 사랑스러운 밤도 제대로 즐길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난 그런 이야기로 아이들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 대신 나는 더 간단한 진실, 오랜 벗들과 새로운 벗들에게 감사한다는 말만 했다.

 ...루카는 너무도 감동받은 나머지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이 말만 했다.

 "여러분의 눈물이 내 기도입니다."



 

p. 255

 

 '구루기타를 빠지기에 이보다 더 좋은 핑계거리는 없겠군'

 머릿속에 맨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든 생각은, 아니 그건 생각이 아닌 행동이었다.

 난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여기 있기 싫어.' 머릿속에서 스왐지가 껄껄 웃으며 '거참 재미있구만. 아까는 여기 오고 싶어 죽을 것처럼 행동하더니'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모두에게 그 애는 신의 선물이다. 나는 이 오래된 산스크리트 경전을 통해 그 사실을 그 애에게 말해주었고, 이내 내가 울고있따는 걸 알았따. 하지만 그 눈물을 닦기도전에 구루기타는 끝나버렸다. 한 시간 반이 지났는데 마치 십 분이 지난 것 같았다.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꼬마 닉이 날 이끌어준 것이다. 내가 도와 주고 싶었던 그 작은 영혼이 사실은 날 도와준 것이다.




 p. 307 ~ 315

 

 하지만 내가 느끼는 이 사랑, 그것은 아주 순수한 사랑이다. 신의 사랑이다. 어두워진 골짜기를 둘러보니 보이는 건 오로지 신 뿐이다. 마음 깊이, 몸서리 치게 행복했다.

 '이 감정이 무엇이든 간에 이거야말로 내가 기도를 통해 얻고자 했던 바로 그거야.'

 

...나는 다음 날 새벽 네 시 비행기로 인도를 떠날 예정이었다... 나는 그날 밤을 새우기로 결심하고, 밤새 명상 동굴에서 기도를 하기로 했다... 눈을 감고 만트라를 흘려 보냈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내 고요함의 허브 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세상이 정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홉 살 때 시간의 무자비함에 공포심을 느끼며 이 세상이 멈추기를 바랐던 그대로. 마음속에서 기계가 멈추고, 벽에 걸린 달력 페이지가 더 이상 휘리릭 넘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조용한 경이로움 속에 앉아 있었다. 열심히 기도를 하지도 않았다. 내가 곧 기도였다.



 

p. 425

 

 나는 남자에 대해 속성으로 결정을 내려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언제나 앞뒤 재보지 않은 채 순식간에 사랑에 빠졌다. 상대가 가진 최상의 모습을 볼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감정적으로 그 최상의 잠재력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추측하는 경향까지 있었다. 남자 그 자체보다 그가 가진 최고의 잠재력과 사랑에 빠진 적이 일일히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다. 그렇게 사랑에 빠진 후에는 남자가 스스로의 위대함을 꽃피우기를 기다리며 오랫동안 그 관계에 매달렸다. 로맨스에 있어서 나는 수차례 내 낙관주의의 희생자였다.

 



p. 438

 

 뉴욕을 향한 그의 갈망이 너무도 절절히 느껴져 잠시 그게 내 갈망으로 착각될 정도였다. 그의 향수병은 나에게도 완전히 전염되어 순간적으로 난 어람든지 맨해튼으로 돌아갈 수 있고, 그는 그렇지 못하다는 걸 깜빡 잊었다. 그는 쌍둥이 빌딩의 막대기 두 개를 약간 매만져 모래 속에 더 깊이 박히도록 했따. 그리곤느 잠잠한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가 아름답다는 건 알아.... 하지만 내가 다시 미국에 돌아갈 수 있을까?"

 내가 무슨 대답을 해 줄수 있을까? 우리는 침묵으로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