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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5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때로 사람에게는 의학적으로 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기적이라는게 일어난다. 저자인 올리버 색스는 의사로서 설명할 수 없는 기적들을 모아서 에세이로 냈다. 그러면서 그는 장기들의 조합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에 접근하고 설명하고자 한다.




p.52

만약 기억의 대부분을 잃어버린다면, 그래서 자신의 과거를 잃어버리고
현재 자신이 의지할 곳을 잃어버린다면,
과연 그 사람에게는 어떤 삶(만약 그런게 있다면),
어떤 세계, 어떤 자아가 남게될 것인가?



 

p.68
이런 환자의 경우 이렇다 할 처방전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
당신이 생각해낼 수 있는 좋은 치료법이 있다면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시도해보십시오. 그러나 그의 기억이 되살아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야합니다. 그렇더라도 인간은 기억만으로 이루어진 존재는 아닙니다. 인간은 감성, 의지, 감수성을 갖고 있는 윤리적인 존재입니다.
 신경심리학은 이런 것에 대해서 언급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학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이 영역에서 당신은 그의 마음에 영향을 미쳐 그를 변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74~75
 지미는 그저 기계적으로만 칠 뿐 내용은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짧은 문장이 아무런 의미도 없이 계속 나열될 뿐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잃어버린 영혼'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어떤 병에 걸려 자기의 영혼을 잃어버리는 일이 실제로 있을 수 있을까?
 나는 어느 날 간호사들에게 물어보았다.
 "그에게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간호사들은 이 질문을 듣고 몹시 분개했지만 내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이해해주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지미가 성당에 앉아있는 모습을 한번 보세요. 그리고 직접 판단하세요."
 나는 상당에 가보았다. 그리고 내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왜냐면 한가지 일에 골똘하게 정신을 집중하는 지미의 모습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
 분명히 지미는 정신 집중에 몰두하는 행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연속성과 현실성을 되찾았던 것이다.
 



p.91~92
 "우리 몸의 감각은 세 개로 이루어져 잇습니다. 시각, 평형기관(전정계) 그리고 고유감각이 그것입니다. 환자분의 경우에는 그 가운데 고유감각을 잃었습니다. 보통 우리 몸은 이 세가지가 협조해서 기능을 합니다. 하나가 기능을 상실하면 나머지 두 개가 그것을 어느정도 보충하거나 대신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
 "팔이 여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엉뚱한 곳에 가 있어요. 고유감각이라는 것은 몸에 달린 눈과 같은 것이어서 몸이 자기 자신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건가 보군요. 저처럼 그것이 없어져버리면 몸이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겠지요? 몸속의 눈이 보지 못하면 몸이 자신을 보지 못할테니까요. 그렇지요 선생님? 그러니 이제부터는 몸에 달린 눈으로 봐야겠네요. 맞나요?"




p.156
 제1부에서 다룬 '상실' 즉 기능적 결함에만 주목을 하는 한 그것이 지극히 편협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기능의 과잉도 있을수 있다고 하면, 결손에만 주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사실이 금방 드러난다. 기억상실증뿐 아니라 기억과다증도 있는 것이다. 인식불능증과 반대되는 인식과다증도 있다. 이 밖에도 '과다현상'은 얼마든지 많다고 할 수 있다.




p.198~188
 그러나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었다. 톰슨 씨는 변함없이 지껄이는 가운데 기억의 실마리가 조금 풀려서 자기 정체성에 대한 옛 기억이 되살아났는지 피붙이인 형 조지에 대해 말했다.
...
 "하지만 큰형님 조지는 19년 전에 죽었어요."
 "맞아, 형님은 언제나 입을 열면 농담만 하지."
...
 그래서 나는 지미의 경우처럼 간호사들에게 물었다. "톰슨 씨에게 혼이 있습니까? 아니면 병 때문에 혼이 빠져나갔을까요?"
 그러나 이번엥는 간호사들도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곤혹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지미에게는 생각에 깊이 빠져있다는(적어도 고뇌하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졌고 내면의 깊이, 혼의 존재가 느껴졌다. 그러나 톰슨 씨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

 



p.244

 C부인의 사례에서 특히 감동적인 것은, 간질을 통해 일어난 <회상>이 그녀의 의식에도 없었던 것을 꺼내어 경련을 통해 완전한 기억으로 되살렸다는 점이었다. 그것을 통해서 그녀는 기억에 남지 않을 정도로 희미해졌거나 아니면 어떤 억압으로 인해 의식에 새겨질 수도 없었던 지극히 어린 시절의 경험을 되살릴 수 있었다.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생리학적으로는 '문'이 닫혔을지라도, 환자의 경험 그 자체는 잊혀진 것이 아니라 강력하고도 영속적인 인상으로 남아 치유 효과를 지닌 의미 있는 경험으로 느껴진 것이라고 가정해야만 한다.

 



p.362~363
 그 그림은 위대한 예술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원시적이고 아이들 수준의 예술이긴 했지만 예술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백치, 바보천치, 자폐증이 있는 사람은 상상력이나 여유 있는 마음 혹은 예술과는 거리가 멀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
 셀프 박사가 많은 문헌 및 데이터로부터 결론을 내린 바에 따르면, 백치천재나 자폐증 천재가 재능을 발휘하는 것은 분명 계산이나 기억면에서였지 상상적, 정신적 면에서가 아니었다.
...
 도대체 그는 어떤 존재란 말인가? 그의 내면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어떻게 그런 상태에 이르렀는가? 그것은 도대체 어떤 상태인가? 거기에 대처하는 방법은 있는가?